2025-06-12
[TF인터뷰] '소주전쟁' 이제훈,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행운
준비된 이제훈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소주전쟁'이다. 그리고 이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꽉 잡은 그는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안에서 플레이어로 존재하며 대중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이제훈은 지난달 30일 스크린에 걸린 '소주전쟁'에서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유능한 직원 최인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주말에 무대인사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관객들의 리뷰와 평점을 보면서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더 많은 분이 극장에서 영화를 봐주시고 리뷰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작품은 1997년 IMF 외환위기에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표종록(유해진 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최인범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제훈이 '소주전쟁'에 끌린 이유는 분명했다. 평소 금융범죄를 다룬 할리우드 작품들을 거의 다 봤을 정도로 해당 소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배우를 하면서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를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며 "돈을 버는 데 중점을 두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은데 이들은 왜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를 계속 들여다보고 찾아보는 과정에서 이 시나리오를 만났다. 굉장히 흥분했고 실화를 모티브로한 만큼 더 흡입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이제훈은 지난 4월 종영한 JTBC '협상의 기술'에서 M&A(기업 인수 합병) 전문가 윤주노 역을 맡았던 만큼 비슷한 소재와 캐릭터가 담긴 '소주전쟁'이 다소 기시감이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반응을 잘 알고 있던 그는 부담이나 걱정보다는 이러한 작품들을 연달아 선보일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이 더 크다고.
"제가 관심을 갖고 있던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저의 가치관을 제가 가진 직업으로서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 되게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작품의 배경인 1997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이제훈은 장사가 잘되지 않고 아버지가 일용직 근로자로 새벽에 출근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가세가 기우는 것을 직접 피부로 느꼈었다고. 이후 '소주전쟁'으로 다시금 그때를 되돌아봤다는 그는 "그 시절을 겪으셨던 대중들은 환기가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때를 겪어보지 않은 세대들에게는 이러한 스토리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있었다는 걸 간접적으로 경험하기 좋을 것 같다"고 작품의 의미를 되새겼다.
극 중 최인범은 '일은 일이고 인생은 인생'이라는 모토를 갖고 살아온 인물로, 욕망과 목표가 명확하면서도 끝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캐릭터다. 이를 만난 이제훈은 "기본적으로 요즘 세대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인범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영화를 통해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도 일은 일이고 삶은 삶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배우가 아닌 인간 이제훈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게 딱히 없더라, 결과적으로 일이 곧 저 이자 삶이 된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고통의 순간들이 있더라도 결과물이 보람차다면 지금의 힘듦을 딛고 일어나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나중에 배반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가치관도 밝혔다.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하고 깔끔한 슈트를 입으면서 샤프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완성한 이제훈은 이번 작품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영어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극의 한 축을 안정적으로 담당한다.
"익숙한 외형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최근에 슈트를 입은 캐릭터들을 연달아 보여드리게 됐어요. 이것도 또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모습을 필모그래피로 남길 수 있어서 좋기도 해요. 영어는 금융 전문 대사라서 소화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어요. 영어 대사 때문에 꼬이는 거 없이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선생님께 코치받으면서 매일 끊임없이 습득했죠. 너무 어려웠고 또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싶어요.(웃음)"
그렇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유해진은 어땠을까. 이제훈은 "제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영화를 보면서 배우의 꿈을 꿨는데 그때 유해진이 없는 한국 영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언젠가 꼭 만나고 싶었는데 이번에 너무 편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셨다"며 "현장에서도 사석에서도 계속 옆에 있고 싶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또 한 번 만나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2006년 단편영화 '진실 리트머스'로 데뷔한 이제훈은 드라마 '시그널' '수사반장 1958' '모범택시' 시리즈, 영화 '파수꾼' '고지전' '건축학개론' '파파로티' '박열' '아이 캔 스피크' '도굴' '탈주'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활발하게 오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 약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은 그다.
"이번에 금융 자본을 다루는 스토리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보여드렸는데 아직도 안 해본 직업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의사나 법조인도 기회가 되면 투영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동안 제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택했는데 제가 모르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발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어?'라는 특별한 순간을 느끼고 싶은 바람이 있죠."
이제훈은 현재 '두번째 시그널'과 '모범택시 3'를 함께 촬영하면서 '소주전쟁' 홍보 일정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시리즈물은 대중의 많은 사랑이 존재해야 제작될 수 있기에 이러한 스케줄은 영광스럽고 기쁜 부분이기도 하지만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사랑하고 마음과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마음을 원동력 삼아 지치지 않고 계속 달려 나가고 있다.
"극장에서 좋은 영화를 보면서 자극을 받고 에너지를 채우는 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미션을 치열하게 해나가면서 하루를 복기해봐요. 불안하고 미숙하고 잘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막연함도 있는데 그럼에도 후회 없이 하루를 다 쏟아부었는지 되돌아보고 다음 하루를 시작하죠. 멀리서 봤을 때는 쳇바퀴적인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느질하듯 메꿔져서 잘 완성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대중들이 저의 작품을 보면서 행복에 젖어 드는 걸 보면서 보람과 기쁨을 한 번에 느껴요."
이렇게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배우로서의 가치관까지 전한 이제훈은 마지막까지 '소주전쟁' 홍보를 잊지 않았다. 그는 "어떤 작품이든 휴대폰이나 TV로도 볼 수 있지만 보다가 중간에 멈출 수 있지 않나. 극장이라는 존재가 주는 몰입감과 집중도를 느끼셨으면 좋겠다. 큰 스크린과 좋은 사운드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목도하고 빠져들었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보시면 조금 더 흠뻑 취해서 스며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기사출처 : 더팩트 / 박지윤 기자님]